요즘은 옥스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오늘이 3번째.
모든 시작은 망설여진다. 주위에 옥스팜에서 자원봉사를 해본 사람도 없고.
단지 내가 한국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곳(아름다운 가게)이
옥스팜을 벤치마킹한 곳이라 좀더 친밀하게 느껴졌다는 것.
그냥 인터넷을 뒤지면 보일 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학교만 다닐 수 있나.
캠브리지에 내가 본 바로는 3군데가 있다.
시티센터에 2곳, 학교와 the Grafton centre 사이에 한곳.
난 그냥 집에서 가까운 시티센터에서 하고 싶어서 보다가.. 옥스팜중에서도 책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 있길래
거기에 들어가서 하고 싶다고 하니깐 application form을 준다.
다음날인가 신청서를 가지고서 카운터의 직원에게 가니 벨을 울려서 지하에 있는(사무실이 지하다)매니저를 불렀다. 왠지 무섭게 생긴 덩치 엄청 좋은 아저씨이다. 목요일날이 시간이 된다고 하니깐 괜찮다며 다음 주 목요일날 오랜다.
그래서 다음주 목요일날 매니저를 만나니 나의 신청서는 찾지도 못하고 그리고 봉사자가 다 찼다나.. 딴 곳을 알아보란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담. 그리고 그 매니저, 해적 같이 생겨가지고 팔뚝에 장미 문신이었나..떡하니 새겨있었다. 그리고 분위기도 좀 어둡고.. 그래, 딴 데가 더 나을거야라고 위로하며 시티센터의 다른 곳으로 갔다.
사실 그 다른 곳(캠강Cam River 옆에 있다)을 먼저 가보려고 했으나 거기 문에 컴퓨터를 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종이 붙어있어서..그건 원어민얘기잖아... 하고서 돌아섰었다.
거기에 들어서니.. 분위기도 훨씬 밝고 사무실도 같은 층이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나는 또 그 다음주 목요일에 오리엔테이션?인트로덕션? 을 받았다.
그 날 한국인 봉사자 지원자도 만나고... 매니저는 금발의 젋은 백인 여자다. 이름은 쉴라.
옥스팜은 아가(아름다운 가게)는 기부물품을 받으면 분류,정리하는 센터로 대부분 보내는데(안 그런 것도 있지만)여기서는 대부분 자체 해결을 한다.특히 옷을.
옷을 분류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은 스팀 다리미(한경희스팀다리미 같은)가 있어서 매장으로 나가기전에 다림질을 하고서 나간다. 아가에서 봉사할때에는 없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긴급상황에 대한 교육이 한국보다 체계화 되어 있다.
불이 났다거나 할때 나가는 문이 따로 있고 그런 상황에 만나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첫날에는 스팀 다리미를 가지고서 옷을 다렸는데..스팀이... 꽤 위험한 거였다.
자꾸 손을 데이더라.내가 자꾸 손을 데니까 그 다음부터는 나에게 그 일은 안 시키는 거 같다.
그리고 오후반이라..
오후반이 원래 1시 반에 시작인데 나는 수업도 있고 점심도 먹어야하고 해서 2시반으로 양해를 구했다.
요즘은 2시면 도착한다.
3시쯤에는 티타임이 있다.
거기 있는 봉사자나 매니저가 나에게 Coffee or Tea ? 라고 물으면 난 언제나 설탕은 안 넣고 우유만 넣은 티를 달라고 해서 마신다. 그리고 봉사자들과 같이 모여서 마시는데 매니저가 옷 분류를 당담하는 Margaret (아주머니)과 수다를 떠는데 나는 그저 열심히 경청을. 사실 아직 50%도 이해하기 힘들다.ㅠ ㅠ
분위기따라 웃긴 하는데 그 웃는게, 웃는게 아니지..
티타임이 끝나고 다시 일 시작.
그러다가 5시 반이 되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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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왔다. 우리나라의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옷은 다 젖는다.
자원봉사가 끝나고 자전거를 끌고 오빠네 기숙사에 가서 카레를 같이 만들어 먹었다.
비오는 날은 역시 따끈한 것이 최고.
밖을 보니 계속 비가 내리는데 정말 도로 나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나가야지 어떻해.
빗속을 지나 집을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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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사한 집은 정말- '너무' 좋다. 돌아가기가 싫다.
전의 집은 스탠드도 없다. 학생들에게 방을 주면서...
그리고 공부용 책상도 없다, 화장대만 있을 뿐..여기서 꾸미기만 하라고?
작은방에 있을 때에는 진짜 오직 화장대만 있어서 거기에서 공부를 해야 했었는데
큰 방에는 조립하면 더 넓어지는 책상이 있길래 그걸 펴다가 컴퓨터도 올려놓고 거기서 공부도 한다.
도대체 애들은 어떻게 교육을 시켰는지 알 수 가 없어.
여기 사람들은 담배도 안 피고 고양이도 없고 (있었는데 4개월전에 죽었단다;)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밥을 먹을때면 고양이 털이 내 밥안에 자주 들어가서 -_ㅠ
그 녀석이 부엌에서 부르르 몸을 털면 정말 긴장된다 ㅠ ㅠ )
여기 있는 아저씨(그레헴)가 편하게 대해준다.
전의 아저씨(짐)는 웃기기는 한데 좀 짓궃기도 하고 해서 불편하다. 그리고 전에 있던 옆방언니의 말에 의하면
그 아저씨랑 대화를 하면 중국여자가 gorgeous 하다는 둥 별 영양가 없는 대화만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아줌마가 있을때와 없을때의 tenant에게 대하는 테도가 확 다르다. 그 언니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그렇고...
또 샤워를 하고 나올 때 마주치게 되면 훑어본다나. 그래서 나는 아저씨가 없을때 후다닥 가서 샤워를 하지..
그레헴은 짐보다 더 품위도 있고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고..
우리나라에서 액땜으로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touch wood가 있다고 가르쳐 주고..
(며칠 전에는 여름에 프랑스의 남부지역으로 캠핑을 갈거라나.. 지도도 막 보여주고 그리고 오늘은 친구랑 자신의 보트(세일링 보트같은 거)를 타고 네덜란드까지 간다며 떠났다.)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눈치 안봐도 되고 부엌도 가까워서(지금 방은 일층. 집의 앞부분이다.)
언제든 따땃한 차를 쉽게 끓여마실 수 있고 식기세척기가 있어서 설거지 할 필요도 없다.
모든 식기나 주방도구도 고급이고..
이러면 안 되는데 .... 눈만 높아져가지구..
다음주면 돌아가야 해. 흙.
전의 집에서는 매 끼니마다 담배냄새가 내 방에 스며들어오고 가끔씩 손주들이 오면 엄청 시끄럽고
화장실도 쓰기 어렵고 해서 늘 도서관으로 도망을 갔었다.
이 집은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집밖에 안 나가고 이 방에 콕 박혀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