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생이었던 시절, 2학년때 자전거를 처음 배운 이후로 
여름 방학이면 매일 같이 자전거를 끌고 나가 하루종일 타다가 돌아왔다.

자외선 차단제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그 당시에,
난 살이 까맣게 되는 것도 아랑곳 하지않고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이곳저곳 이래봤자 동네이지만.
그 땐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자전거를 맘껏 탈 기대를 하면서.

중학생이 되고나서부터 난 자전거와 점점 멀어졌다.
동네는 주택에서 빌라로, 빌라에서 아파트로 변했고 자동차가 많아졌다.
점점 더 자전거로 다니기 힘들어졌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늘 보이던 자전거 가게도 문을 닫았다. 
서울에서는 무리인건가... 난 어느때인가부터 자전거를 포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부모님이 나에게 어른용 자전거를 다시 사주셨다.
예전 같으면 펄쩍 뛸만큼 기뻤겠지만 그 때의 나의 반응은 신통치 않아서, 아마 부모님도 실망하셨을거다.
난 자전거를 맘껏 타고 다닐 수 없는 이 나라에 실망했다.

작년에 영국에 가서 10년이 넘는 공백기를 깨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곳에 자전거는 매우 중요한 교통 수단이어서 난 원없이 타고 다녔다.
지방도시라, 공기도 맑고 공원도 여기저기 있어서 아름다운 풍광들을 보며 타고 다니는 것이 매력이었다.
영국에 있는 동안, 나는 한국에서도 자전거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뉴스들을 접하며 설레어 했었다.
그리고 중간에 잠깐 한국에 와서 잠실 롯데백화점 주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자전거들과
간간이 보이는 도로를 질주하는 사이클리스트들을 보며 기뻐했다.

두달전인가.. 집에 있는, 각각 20년 ,10년이 넘은 자전거를 다시 타보려고 했으나
그냥 고철로 변해있음을 알고 타지 못했다.
근데 며칠 전, 10년 넘은 고2때 부모님이 사주신 자전거가 수리되어서 집 앞마당에 얌전히 서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다시 자전거를 탔다.
영국에서만큼 좋은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난 다시 작년으로 돌아간거 같아 즐거워졌다.
멀게만 느껴져서 잘 가지 못했던 중간 크기의 마트를 5분만에 주파하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방향을 틀때 영국에서처럼 수신호를 보내고 싶어졌다.
(영국에서는 자전거를 탈때 몇몇 규칙이 있다.
그 중 수신호는 도로만을 달려야하는(인도에서 타는 건 불법이다) 사이클리스트들에게 무척 중요하다.)
여름의 필수품목인 양산을 쓸 수 없어서 고스란히 살이 타야겠지만 그냥 자외선 차단제로 버텨야지.
친구들은 나의 더 까만 피부를 보게 될 것이다.

여전히 한국은 아직 갈길이 멀다.
자동차들은 여전히 보행자나 사이클리스트들에게 비우호적이고 도로도 몇군데를 제외하면 열악하다.
(자동차에 앉아 있을 때에는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충격이 어느정도 흡수되지만
자전거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허리와 손목에 받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 도로보다  더 잘 정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곳곳이 놓여있는 자전거들을 보았을때 난 희망을 보았다.
요즘의 흐름상, 예전처럼 사라지지는 않겠지.

이제 자물쇠와 몇몇 장비들을 마련해야지-
(마지막은 지름신 강령으로 끝나는 건가;)

링크: 영국에서의 자전거 생활
http://chlyeon.tistory.com/185
http://chlyeon.tistory.com/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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