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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2009.05.24



아일랜드의 건배사에서 따왔다는 영화 제목.
(아일랜드 건배사: 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기 30분 전, 이미 천국에 가 있기를
                         'May you be in heaven half an hour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출처: 조선일보 리뷰)

파격적인 영상으로 시작되는 초반부터 범상치 않았다.
인물별로 같은 사건이 따로 편집된 각기 다른 앵글들도 나름 신선했고.
리뷰에서 본 대로 주연, 조연 할것 없이 모든 이의 뛰어난 연기가 한데 모아진,
치열한 그들의 연기를, 나는 정성껏 차려논 밥상을 받아먹듯 감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에단 호크(동생 행크 역), 이름만 익숙했던 사람이었는데 연기를 참 잘한다. 
나약한 인간의 면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에단 호크가 유명하긴 하지만 난 형인 앤디역을 맞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가 더 끌렸다.
얼굴로만 알다가 이번에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앤디역할은 정말이지 그가 적격이었다. 원래 그 자신인 듯 느껴질 정도로.
첫째라는 위치가 가진 압박감.
그는 아내가 자신의 외도를 폭로에 가까운 고백을 할때에도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저 천천히 방안을 어지럽힐 뿐이다. (앤디는 자신의 아내에겐 여린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완전히 폭발해버리지만.
중간에 삽입된 그의 압박감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그의 폭주가 어색하지 않게 해준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다는 표현이 이럴때 쓰는 건지도.)

지옥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행크가 약병의 약을 모두 손에 덜어낼 때
바라보는 내가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정말 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부분.
미국상영본에는 있지도 않는다는 자막이 추가가 되어서 마지막 여운이 남으려는 그 순간을 반감시켜버렸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모든 걸 설명해주려고 하는 선생님 때문에 생각할 기회를 뺏긴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분명히 누구도 대사를 말하지도 않았고 밑에 뭐라고 쓰여있지도 않았는데..
상영관에서 나와 영화리뷰를 모아놓은 보드를 보고서야 한국에서만 임의로 넣은 것임을 알았다.

제발 자막 좀 지워줘요! 그 순간, 여운의 5분의 1은 날아가버린 거 같아....

광화문 흥국빌딩 지하에 있는 시네큐브에서만 단독상영한다.
난 1천원을 아끼기위해 아침 10시에 하는 조조로 보았다. 후후.
시네큐브는 가을마다 칸광고제수상작을 자막 달아서 상영하고, 주류는 아니어도 좋은 영화들을 상영해주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상영관 중 하나이다.

흥국빌딩을 갔다는 증거. 해머맨.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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