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from 소소한 일상 2010. 12. 5. 01:07

한달만에 주택을 지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446035.html

읽으면서 나도! 나도!를 속으로 외친다;

나는 꽤 운이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지금도 다시 주택으로 이사와 살고 있지만 이 동네도 재건축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언제 이사를 가야할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솔직한 마음에는 재개발이 안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지만.

주위를 보면 자산증식이라는 목적하에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땅을 쉽게 포기하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는 의식주 중에서 '주'에 대한 비중을 너무 투자용으로만 생각하는거 같다. 
아파트가 그렇게 좋을까...
나는 5살까지만 아파트에 살아봐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5층에 살았었는데 까치발을 하고서 복도 밖을 내려다보며 무섭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과
엘리베이터에 갖혀서 엄청 무서웠던 기억정도?

안전하긴 할 거 같다. 소포 대신 받아주는 수위아저씨도 있고..
(우리집은 사람이 없으면 담넘어 정원쪽으로 던져져 있거나 한다;
 요즘은 택배기사분들이 신경을 써주셔서 물건이 파손되는 일은 거의 없다만) 
아파트는 관리비를 낸다지?
주택은 그런거 없다. 하지만 종종 수리를 해야하는 곳이 생기면 인건비가 기본 몇십만원이 날아간다.
주택보다는 따뜻하겠지. 주택에 살면 사계절을 제대로 느끼게 되니까;;
내가 왜 밑에 lovely 내복이라고 했는데;; 
춥게 살지 않으면 난방비 내역을 보고 화들짝 놀라겠지.

간간이 보는 개인홈피 중 한 분이 집을 구하고 있다.
우리집이 정말 내집이었으면 이층 세놓고 싶다.
오빠와 언니가 떠나고 이층에 혼자 사는데, 이층을 내가 혼자 쓴다는 이유로 이층 전체를 청소해야 돼 ㅠ ㅠ
일층은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니 원래 내가 해야되는 거고.... 대걸레 비슷한 신제품이 나와서 이제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전엔 일이층 청소 다하고 나면 완전 노동한 것 같았다 -_-
음..그런데 희망조건을 보니..
이 집이 남향에 하늘도 조금 보이고, 공간도 있고... 교통 나름 괜찮기는 한데
서울의 남쪽이라고는 해도 그 분이 원하는 지역과는 거리가 있고...이층에 부엌이 없구나 -_-
가장 큰 문제는 내 것이 아니라는 거지 ;;;;;
나도 얹혀사는 주제에 머 할말이 있나 (엉-) 

여튼 춥고 그래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늦봄에 수확하는 보리수열매와 겨울에 새들이 다 쪼아먹기 전에 건져내는 못생긴 감을 나는 계속 맛보고 싶다.
오래된 주택이라 천장과 일부벽과 계단이 나무로 되어있어 분위기가 좀 어둡긴하지만,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나뭇결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9년정도 살았지만  더 오래오래 살고 싶은데...

문제는.... 개발.
가끔씩 반포쪽을 가면서 예전에 있던 낮은 아파트들을 밀어내고 지은 고층아파트들이 빽빽히 들어찬 것을 볼 때마다 갑갑해진다.  시간이 거의 정오인데도 약 5층까지는 햇볕이 잘 닿지도 않더라.
일조권에는 침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었겠지. 근데, 사람 살만한 곳 같지는 않아.
문제는 요즘 짓는 곳들을 보면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많이 우겨넣으려고 다들 저렇게 빽빽하게 짓는단 말이지.
고속터미널에 있는 팔레스 호텔, 예전에 꼭대기층에 부페식당이 있어서(지금은 일층으로 옮김) 종종 갈 때 전망이 좋았는데 이젠 회색 아파트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낮에 가기엔 별로가 되었다.

아니면 이왕 새로 짓는 거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멋있기나 하던가.. 왜 그렇게 밋밋하게들 지어대는지..
아파트가 꼭 네모여야 하는 법이 있을까. 꼭 회색건물이어야 하나.
똑같은 땅을 몇십가구가 나눠살면서 값은 또  왜 그렇게 비싼건지...
강남이라는 곳.  예전에 한적하게 살 수 있었던 곳들도 그 희소성을 포기하고 주거지역마저 높은 밀도의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동네로 변하고 있다. 이게 발전이라는 건가?
뭐, 재정수입이 늘어나서 보건소도 다시 잘 만들고 양재천도 더 좋아지게 만들어지는 대신 감수해야 하는건가..
나중에 아파트에 살게 되서 적응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영...

위 기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3년쯤 지나면 크게 자랄 어린나무로 사서 나무 하나하나에 아이들 이름을 붙여줬다.'

나도 예전에 고향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있었다.
아파트는 없고, 빌라만 조금 있었고 대부분 단독주택이었던 동네.
지금 사람들에게 말해주면 신기해할 것 같은, 손으로 눌러서 퍼내는 우물도 어떤 빌라안에 있었다. 쥐가 돌아다녀서 쥐약도 군데군데 놓고, 집 뒷편에 시멘트를 발라놓으면 쥐발자국이 찍혀서 그 집이 없어질때까지 그 자국이 남아있었다. 동네에는 공터가 있어서 잠자리도 잡고 길가에 핀 강아지풀를 뽑거나 스치면서 다녔던 기억.
...나름 시골스러웠었다. 
그곳도 역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다시 가본 나의 집터는 아파트 입구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그 때의 그 씁쓸함이란...
고향집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http://chlyeon.tistory.com/244 
그 집에 6살에 처음 갔을 때, 내 키만한 살구나무가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어린아이였겠지.
그 나무는 나와 같이 자라서 내가 스무살이 넘었을 때에는 이층을 이미 넘은 큰 나무가 되어있었다.
이사를 갈 때 그 나무를 꼭 같이 데려 가고 싶었는데 옮기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를 해야했고 지금도 내내 아쉽고 그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2층 3층에 테라스를 낸 것도 실패였다. 커피도 마셔야지, 고기도 구워 먹어야지, 신나서 설계했는데, 결과는 1년에 하루도 안 나가고 짐만 쌓아놨다. '
맞아 맞아. 우리집도 테라스가 꽤 큰 편인데 이불을 널 때 빼놓고는 안 쓰게 된다.
있으면  바베큐 자주 구워먹고 이쁜 의자 놓고서 석양 바라보면서 우아하게 커피 마실 거 같죠? 안 그래요~
그것도 다 날씨 좋은 잠깐이고 아무래도 도시라 그런지 먼지도 엄청 껴서 가구들을 선뜻 내놓기도 어려워요.
죽은 공간이 되어서 참 아깝다는 생각이든다. 내년에는 따뜻해지면 화분들을 몇개 사다가 죽은 공간을 살릴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나의 최종목표는
꼭 서울이 아니어도 좋고 (희망사항이지만 부암동이나 우면동 같은 곳이라면 정말 좋겠다만..) 어느정도의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이 확보된 지역에 땅을 사서 패시브하우스를 짓는거다. 단열재 충분히 넣어서.
http://chlyeon.tistory.com/375 
그럴려면 정말 갈 길이 멀구나. 화이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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