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과 카메라, 핸드폰만 간단히 넣을 수 있는, 애용하는 조그마한 가방이 있다.
영국서 돌아올 때 그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아직 빼지 않은 것이 있다.
저번에 시네큐브에서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가방 안을 부스럭거리다가 다시 이것을 보았다.
차마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이것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꺼내볼때마다 이것을 쥐고 비행기에 올랐던 그 때를 떠올린다.
(사실, 이것보다 라이언에어의 티켓을 출력한 종이를 들고 있었을때가 더 좋았지만.
저 표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표였으니)
히드로의 낡은 시설물, 주위에 보이던 각종 국적의 얼굴들.
스타카토같은 영어가 올려퍼지고, 알파벳이 정갈한 얼굴로 묵묵히 말을 하는 곳.
나 혼자 공항 내를 돌아다니며 게이트를 찾던 그 때.. 비행기를 탄다는 설레임과 떠난다는 아쉬움.
내 인생의 하나의 장이 끝나고 새로운 다른 장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던 곳.
하루도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 익숙한 맛의 차가 서빙되고, 어느덧 일본의 기념품점을 구경했던 때.
겨우 반년 전인데 머나먼 옛 이야기같다.
행선지가 어디든,
떠나고 싶다.
이 표를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언젠가는..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