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예술의 전당은 변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에 오면 예전에, 정말 예전에,
토요일이면 슬렁슬렁 걸어 올라가 음악당에 들어가서 회장안에는 들어가진 못하고 기다리는 의자에 앉아
음악회 모습을 티비로 보거나 두꺼운 문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가만히 듣곤 했던 '국민'학생때가 생각난다.
내가 고향이라고 생각했던 집이 사라져버리고 성냥갑 모양으로만 가득찬 그 곳에,
예술의 전당과 국립국악당은 그나마 거의 변하지 않는, 추억할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언제고 다시 와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거다.
내가 늘 걸었던 골목길의 냄새,
국민학교의 수업이 파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던 아카시아 나무의 잎을 떼다 뿌뿌 불었던 기억,
봄이면 마당에서 피어오르는 라일락 향기로 이제 따뜻해지겠구나 생각했던 매년의 순간순간들,
아스팔트로 깔아버리기전 낮은 언덕길 가장자리에 자라던 강아지풀의 넘실거림, 그 촉감.
이제는 내 머릿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저 일부만이 남은 곳을 찾아와 되새겨보러 노력하는 것이 전부이다.